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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TITLE : 갈마동운전연수

WRITER
Lagoonlife
DATE
2025-06-04 오전 9:54:15
COUNT
316
퇴근 후의 나, 도로 위에서 다시
태어나다 출근은 괜찮은데 퇴근이 문
제였다하루 종일 일한 뒤 집에 돌아오
는 길, 어둠은 생각보다 두려운 존재
였어요.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하는 동
안 환승과 정류장 사이를 오가며 체력
이 바닥나는 느낌이었지요. 차는 있었
어요. 면허도요. 하지만 8년간 봉인
된 그 자격증은, 밤길 하나 혼자 나
서지 못하게 만들었어요. 퇴근길을 좀


더 편하게,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
결국 장롱면허운전연수를 결심했어요.야
간 도로는 사람도, 차도 많지 않아
보여도 그 속에 숨어 있는 변수는 낮
보다 훨씬 많지요. 익숙한 풍경도 전
조등 하나에 전혀 다른 분위기로 다가
오니까요. 그래서 야간 중심으로 맞춰
진 연수를 요청했고, 강사님은 흔쾌히
응해주셨어요. 저녁 여섯 시의 차
창 너머첫날은 퇴근 후 7시에 시작했


어요. 직장 근처로 강사님이 바로 와
주셔서, 따로 이동할 필요도 없었지요
. 장롱면허운전연수 특성상 일정은 유
동적이라 제 업무 종료 시간에 맞춰
진행됐어요. 차에 타고 시동을 걸기까
지, 손이 떨렸어요. 주변이 어두우니
미러조차 흐릿하게 보이고, 익숙한
길도 낯설게 느껴졌지요.둘째 날은 시
야 확보 연습을 중점으로 진행됐어요.
밤에 특히 필요한 건 예측력이라고


하셨어요. 가로등 간격이 긴 구간에선
전방을 멀리 보되, 주변 움직임도
함께 읽는 연습을 반복했지요. 강사님
은 너무 조심스러운 것도 사고를 유발
해요라고 하셨어요. 생각보다 진입 타
이밍을 잡는 감각이 중요한 걸 알게
됐어요.셋째 날은 우회전좌회전 시 깜
빡이 타이밍과 보행자 주의, 그리고
좁은 골목길 주행까지 병행했어요. 어
두운 골목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배달


오토바이, 고양이 한 마리, 그 모든
순간에 놀라지 않고 브레이크를 다룰
수 있도록 훈련했지요. 특히, 장롱
면허운전연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
빛과 그림자 사이를 예측하는 감각이
었어요.넷째 날은 아예 야간 고속화도
로를 주행했어요. 정체도 없고 속도는
빠르니 그만큼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
하죠. 깜빡이 없이 차선을 바꾸는 차
량이 보일 땐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,


전조등 불빛을 마주 볼 때 내 시선
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몸으로 배
웠어요. 뒷차의 상향등이 내 백미러에
꽂힐 때도 있었고요. 그럴 때는 시
선을 바로잡고 당황하지 않는 게 핵심
이었어요.마지막 날은 주차 훈련이었는
데요. 야간에는 사각지대가 늘어나서
차선을 맞추는 것보다 감각적으로 공간
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.
강사님은 손으로 공간을 읽으세요라고


하셨어요. 연수 초반엔 불가능했던 백
넘버 기준 거리 감 잡기, 이제는 손
끝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.
그리고 저녁 9시, 주차를 마치고 나
서야 알았지요. 내가 밤길을 처음으로
온전히 통제했다는 걸요. 낮보다
빛나는 나만의 밤길그날 이후, 퇴근
후에도 버스 시간에 맞춰 뛰지 않게
됐어요. 혼자 운전해 집까지 오는 길
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어요. 하루


의 피로를 날리며 음악 한 곡 들으며
, 조용한 도로 위를 달리는 그 시간
. 장롱면허운전연수는 단지 기술이 아
니라 야간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에 발
을 들이게 해준 도전이었어요.이제 퇴
근 후가 두렵지 않아요. 도심도, 어
두운 외곽길도, 전조등 하나면 내 길
이 되니까요. 어제까지는 주차장에서
차를 꺼내지도 못했던 제가, 오늘은
어둠을 뚫고 집으로 돌아옵니다. 그


모든 시작은 단 하나의 결정, 장롱면
허운전연수 덕분이지요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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